사회 사회일반

지자체 46% "인건비도 못 줘"..20년 동결된 '교부세' 올려야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5 13:00

수정 2020.11.15 13:00

지자체 기본 행정서비스 재원 보존해주는 '교부세'
20년째 비율 제자리..지자체 재원부족 '악화일로'
지방세 세원 발굴 한계..교부세 확대로 대응해야 
[파이낸셜뉴스]
21대 국회 ‘교부세 확대‘ 개정안 발의 현황
발의자 법정률 인상(안)
박완주 의원 2020년 19.24% → 2021년 20.24% → 2022년 22.24% → 2023년 25%
김영진 의원 2020년 19.24% → 공포 시 20.24%
이해식 의원 2020년 19.24% → 2021년 21.03% → 2022년 22.14%
서삼석 의원 2020년 19.24% → 2021년 21.54% → 2022년 23.84% → 2023년 26.14%
이원택 의원 2020년 19.24% → 2021년 21.24% → 2022년 23.24% → 2023년 25.24%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교부세 조정률 현황
(%)
2017년 2018년 2019년 2020년(추경 반영)
조정률 94.1 91.5 86.4 80.1
(지방재정365, 조정률 : 재정부족액 대비 교부세 비율)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전국 어디에 살더라도 기본적으로 제공받아야하는 행정서비스가 있다. 생활폐기물 처리가 대표적이다. 정기적으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이 길거리를 더럽히지 않도록 지자체가 수거해서 매립하거나 소각한다.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필수 행정서비스 중 하나다.

차량의 안전한 이동과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한 도로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대중교통 체계도 운영해 교통약자의 이동권도 보장해야 한다.

거주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같은 표준 행정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국가가 지자체 재원을 보조해주는 '교부세' 비율이 현행대로 유지된다면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제구실 못 하는 '교부세'..확대 법안만 5개 발의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교부세 비율의 확대 방안을 담은 교부세법 개정안 총 5건이 발의돼있다.
이들 법안 모두 내국세 총액의 19.24%로 명시된 교부세 법정 비율을, 적게는 20.24%에서 많게는 26.14%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교부세는 지자체의 부족한 재원을 '교부'해주는 제도다. 지역 주민에게 필수적인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돕기 위해서다. 올해만 교부세 46조3000억원이 지역에 내려갔다.

교부 금액은 '기준재정수요액'에서 '기준재정수입액'의 차이만큼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먼저 인구, 면적, 지역 특성 등을 고려해 해당 지자체가 1년간 꼭 써야 할 행정비용(기준재정수요액)을 추산한다. 지방세 등 지자체가 스스로 벌어들이는 총수입(기준재정수입액)과 앞선 총비용을 비교해 그 차액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차액 보전 비율'이 매년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90% 이상을 유지해오다가, 2019년(86.4%) 처음 80%대로 떨어진 뒤 올해는 80.3%로 주저앉았다. 예컨대 100만원이 모자란 경우, 그간 90만원 이상은 교부세로 보전해줬지만 이제 80만원 선에서 그치게 됐다. 이 차이만큼 주민들의 삶의 질이 하락하는 셈이다.

교부세 비율이 2000년부터 사실상 20년간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탓이 크다. 반면 복지 확대, 지역 경제활성화 등 지역에 돈 쓸 일은 점차 늘고 있다.

부경대 이재원 행정학과 교수는 "김대중 정부 이후 교부세가 늘지 않았다"며 "2006년 비율이 증가한 적 있지만, 지방양여금 등 본래 지방으로 내려가던 금액을 교부세에 포함시켜버린 것에 불과하다. (교부세 비율의) 순증은 20년 전이 마지막"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중 정부는 1983년부터 13.8%에 머물러있던 교부세 비율을 15%로 확대했다. 국가 발전에 지방자치가 필수요소라는 신념을 지닌 김 전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했다. 시간이 흘러 2006년까지 교부세 비율이 19.24%로 확대되기는 했지만 다른 이유로 지방에 주던 돈을 교부세로 이름만 바꿔 단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중앙집권적 세입·세출구조에 텅텅 비는 지자체 곳간
이쯤 되면 질문 하나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지자체 스스로 재원을 발굴하고 수입을 확대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문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모든 재원을 홀로 마련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국민은 행정서비스의 대가로 세금을 낸다. 그런데 이 세금 대부분은 지자체가 아닌 국가(중앙정부)로 흘러 들어간다. 올해 대한민국 전체 세금수입 중 '국가세금'과 '지방세금' 비율은 '78.3% 대 21.7%'다. 반면 국가와 지자체가 쓰는 돈(세출)의 비율은 '61.1% 대 38.9%'다. 세입·세출 구조가 중앙집권적인 탓에 중앙정부는 쓰는 돈보다 더 많이 가져가는 반면 지자체는 더 적게 가져간다.

지자체가 추가적인 세금부과 대상을 발굴하기도 어렵다. 지방세금을 매길 수 있는 분야가 법률로 제한된 탓이다. 이런 이유로 전체 지자체 243곳 중 46.5%(113곳)가 지방세 수입만으로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독일 사례에 주목한다.
독일은 올해 한국의 교부세와 유사한 '일반연방보충교부금'을 증액했다. 류영아 입법조사관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자체가 담당해야 하는 업무 영역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교부세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독일 연방정부에서 주정부를 지원하는 금액이 증가됐다.
이를 참고하면 우리나라 교부세 법정교부세율을 인상할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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